본문 바로가기

취미 생활/책갈피 프래니와 주이 - J.D.샐린저

by 서울나기 2020. 2. 28.

J.D. 셀린저의 가장 유명한 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에 필적하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현실 남매의 이야기이다. 일종의 토론 소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우울증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여동생인 프래니의 하소연과 오빠인 주이의 충고가 내용이 전부인데 삶에 대한 대부분의 주제를 놓고 토론한다. 토론의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오랬동안 여러번 읽은 소설이기도 하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논 부조리하고 기만적인 세상을 바라보며 적당히 타협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 선택을 하려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한 번이라도, 정말 어쩌다 단 한 번이라도, 지식은 지혜로 이어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혐오스러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좀 겉치레로라도 정중한 조그마한 암시라도 있었다면, 내가 그렇게까지 우울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그런데 그런 암시가 전혀 없었어! 원래 지혜가 지식의 목표여야 한다는 것을 대학에서 귀띔으로라도 일러주는 일이 없었다니까. '지혜'라는 말 자체가 언급되는 걸 거의 듣지 못했어.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정말 재밌는 얘기 듣고 싶어? 거의 4년이나 대학을 다니는 동안 내 기억에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을 들은 것은 유일하게 1학년 정치학 시간에서였어! 그런데 그 표현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아? 주식시장에서 한재산 모은 후 워싱턴으로 가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자문이 되었다는 어느 훌륭하고 멍청하신 원로 정치인 이야기를 하면서였어. 정말이야! 대학 4년 동안 기껏!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난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 생각을 하면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아"
"나는 경쟁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야. 모르겠어? 난 내가 경쟁을 하려 할까봐 두려워. 그게 바로 내가 겁내는 거라고. 그래서 내가 연극 전공을 그만둔 거야. 창피해지기 시작했어. 내가 아주 더럽고 보잘 것 없는, 병적인 에고이스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내 에고에, 모든 사람의 에고에, 어딘가에 이르고 싶어하고, 뭔가 탁월한 것을 이루고 싶어하고, 흥미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에 신물이 나.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용기를 갖지 못하는 것이 신물이 난다고, 화려한 평판 같은 것을 바라는 나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에게 신물이 나"
"너는 왜 그렇게 허물어져버린 건데? 그렇게 있는 힘껏 허물어져버릴 수 있다면 왜 그 힘을 자신을 제대로 열심히 지탱하는 데 쓰지 못하는 거냐고!"
"난 네가 결혼을 했으면 좋겠구나." 글래스 부인이 불쑥 아쉬운 듯 말했다...
"글쎄, 난 그랬으면 좋겠다." 그녀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 할 이유라도 있니?"
"난 기차 타는 걸 너무 좋아해서요. 결혼하면 기차에서 절대 창가 자리에 못 앉거든요."
"그건 이유가 못 돼!"
"완벽한 이유예요."
"넌 한 가지를 잊었어. 처음 그 기도문을 외우겠다는 충동을 느꼈을 때, 부름을 깨달았을 때, 넌 즉시 세상 밖으로 나가 구석구석 스승을 찾으러 다니지 않았어. 넌 집으로 왔지. 집으로 왔을 뿐만 아니라 정신을 놓고 허물어졌어. 그래서 어떻게 보면 너는 원칙적으로, 우리가 이 집에서 네게 줄 수 있는 낮은 등급의 정신적 상담 외에는 받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 이상은 없다고.”
"프래니. 예술가의 유일한 관심은 어떤 완벽함을 달성하는 것이고,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의 완벽함이야. 너는 다른 것들에 대해선 생각할 권리가 없어."
"우리에겐 <지혜로운 어린이> 콤플렉스가 있어. 우리는 평범하게 얘기를 못하고 말을 장황하게 하지. 우리는 대화를 나누지 않고 설명을 늘어놔. 나는 빌어먹을 예언자가 되거나 인간 모자핀이 되어 사람들을 찔러대지."
"서두르는게 좋을거야. 네가 한번 돌 때 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니까."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