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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해/하루의 노래 오랜만에 라디오

by 서울나기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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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혹시 모를 재난 상황이 오면 핸드폰도 다 먹통이 될 텐데 라디오 정도는 하나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오버스럽지만 라디오를 산건 단순히 그 이유였다.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두 가지 이유로 이 제품을 선택했는데 하나는 레트로 한 디자인 때문이다. 심지어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도 참 아날로그스러워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는 인켈 때문이다. 이 메이커가 아직도 살아있다니 무척 반가웠다.

 

온 김에 책상 위에 올려놨고, 올려 논 김에 틀어보았다. 방 안에 앉아 라디오를 듣는 건 십수 년 만인 것 같다. 팟캐스트 방식의 생방송에 익숙해진 나머지 라디오에서 하는 진행 방식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이유야 어쨌든 오랜만에 라디오를 듣고 있으니 어떤 따뜻함이 느껴진다.

 

아날로그는 직관적이다. 그리고 불편하다. 그만큼 그들은 단순한 애정을 원해서 우리의 손때가 묻어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물리적으로 만져지고, 실제 하는 것들이다. 디지털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성이 거기서 온다고 생각한다. 간접 경험은 절대로 직접 경험을 이길 수 없으니까.

 

어릴 땐 라디오를 참 많이 들었다. 힘들었던 유년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라디오 너머로 들려오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 사연의 주인공들은 지금은 행복해졌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모르겠다. 오늘은 나도, 그들도 그때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졌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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